스마트홈 시스템을 콘트롤 하는 인공지능 로봇 ‘네스트’가 미래씨의 기상 시간에 맞춰 유리창의 채광을 ‘활동모드’로 조정했다. 공조시스템도 수면 최적 온도에서 기상 최적 온도로 전환. 침대에서 뒤척이던 미래씨는 창으로 비치는 환한 햇살에 눈을 뜬다.
네스트가 미래씨의 최근 데이터와 생활패턴, 기분 등을 파악해 쇼팽의 ‘녹턴’을 오늘의 모닝음악으로 선정한다. 최고 음질의 피아노 연주가 사방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온다. 미래씨는 햇살과 피아노 연주에 기분이 좋아져 일어날 엄두를 낸다. 하지만 힘들게 식탁으로 향한 미래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매일 마시는 모닝커피가 준비돼 있지 않아서다. 네스트에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냉장고가 대신 답한다.
“미래님이 좋아하는 에티오피아산 커피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우리 한 달 예산으로는 적절치 않은 구매입니다. 그리고 현재 미래님 건강 상태로 봤을 때 토마토주스가 더 적절합니다. 그리고 어제 1만 걸음도 걷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반드시 4000㎉를 더 태워야 혈당이…”
네스트는 미래씨의 몸에 이식된 칩으로부터 미래씨의 심장박동 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체크하고 곧바로 에티오피아산 커피 주문에 들어간다. 잔소리꾼 ‘냉장고’의 스피커를 강제 종료시킨 뒤, 바로 커피머신에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만들 것을 지시한다. 달콤한 코코아 향에 화를 가라앉힌 미래씨는 밤새 들어온 메시지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최첨단 디스플레이 ‘갤럭시’에 띄울 것을 네스트에 지시한다.
네스트는 밤새 생성된 수천만 건의 정보 가운데 미래씨와 관련된 4건의 메시지와 7건의 주요 정보를 띄운다. 오늘 일정에 변화를 줄 만한 메시지나 정보가 없음을 확인한 미래씨는 스마트랩(SMART Lab, 무료 시제품 공작소)으로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다. 미래씨가 혼잣말로 ‘스마트랩’이라고 중얼거리자 네스트가 갑자기 갤럭시에 긴급 메시지를 띄운다. 가장 가까운 스마트랩 인근 도로에 씽크홀이 생겼다는 정보다. 미래씨는 네스트에 VR(가상현실)로 갤럭시에 싱크홀 크기를 보여달라고 지시한다. 확인 결과 다행히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크기는 아니다. 고로 외출계획엔 변동이 없다.
미래씨는 한 달 전부터 희망씨 주도의 신제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발달로 장수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정부에서는 이들의 실시간 생사 여부와 정확한 인구집계를 알려줄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희망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총 7명이 가담한 이 프로젝트에 미래씨는 디자인 전문가로 참여한다. 미래씨는 MOOC(온라인 공개수업,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해 무료로 디자인을 전공한 후 1년에 3~4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는데, 이번이 총 서른 다섯 번째 프로젝트다. 2020년대 ‘대기업들의 몰락’ 이후 프로젝트는 주로 정부에서 발주된다.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씨 역시 정해진 직장이나 직함이 없다. 2030년대의 사람들은 대학 졸업장이나 직장, 직함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실 일과 취미의 경계도 모호하다. 미래씨는 사흘 연속 재택근무를 하다 오늘은 몇 명의 e랜서들이 스마트랩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한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외출하는 것이다.
미래씨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2주일 전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금액의 20배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펀딩 금액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디어가 좋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되면 1년 정도의 생활비 걱정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계획대로 되면 올 겨울 호주 해변가에서 태닝을 즐길 수도 있다. 설사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큰 걱정은 없다. 2주 연속 수입이 없으면 정부가 주급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1주일 생활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로 수입을 얻기 전까지 버티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고령자여서 미래씨는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프로젝트명은 ‘독거노인 자살 예방 솔루션’이다.
미래씨는 호주 해변에서 즐길 휴가를 떠올리며 네스트에 자율 주행차 섭외 지시를 내린다. 스마트랩 공간 예약은 희망씨가 이미 해놓았다. 네스트는 스마트랩까지 최적화된 경로와 비용을 확인한 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율 주행차 3대에 예약을 건다. 자율 주행차들은 미래씨 외에도 다양한 고객들의 위치와 경로를 파악한 뒤 최적주행에 나설 것이다.
미래씨는 샤워를 마치고 스마트세탁기가 깔끔하게 세탁해 놓은 옷을 입는다. 드론으로 매일 자동 배달되는 신선한 아침식사를 마친 뒤 미래씨는 현관으로 향한다. 네스트는 오늘 날씨정보를 파악한 뒤 미래씨에게 오후 비올 확률이 80%가 넘으므로 우산을 챙길 것을 권한다. 현관등이 자동으로 켜지자 로봇청소기가 눈을 뜬다. 미래씨가 나가고 나면 바로 바닥청소에 들어갈 것이다.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공기청정기도 작동을 준비한다.
미래씨가 사는 서울시는 모든 스마트홈, 모든 스마트오피스가 연결된 ‘스마트 시티’다. 스마트 시티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도시의 주차, 환경, 보건, 에너지 문제 등을 실시간으로 최적화시키는 디지털 도시다. 이 도시의 시장은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선거시스템을 통해 선출됐고, 임기는 1년이다. 사실 도시 발전을 위한 주요 결정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해 내려지기 때문에 시장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다. 보수가 적어 인기도 별로 없다.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이 엄격한 시장의 일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를 선호한다. 보수도 훨씬 좋다.
‘디지털 디바이드’로 국가간 양극화, 사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미래씨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씨의 사이버 국적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사이버 상에 다양한 미래 국가가 건설되고 있고, 미래씨는 국민 수가 세 번째로 많은 ‘디지털 행복국’의 일원이다. 미래씨는 이 나라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많은 권한과 사이버 머니를 획득했다. 미래씨는 생각한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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