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재 복원전문가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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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문화재 복원전문가로 일해요

  2013년 11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주제로 특별전시가 열렸다. 전시회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 전시물 앞에서 발길을 자주 멈췄다. 신라 문화의 정수, 경주 석굴암이었다. UHD TV에서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복원한 석굴암이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를 작업한 박진호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디지털 문화재 복원전문가다. 황룡사 9층 목탑, 백제 무령왕릉,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 국내외 중요 문화재를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해왔다. 원형이 사라진 유산은 주춧돌이나 기와처럼 남은 유물에서 실마리를 찾아 가상현실에 3차원으로 복원한다. 실제 유적을 복원할 때 이런 디지털 복원 영상이 큰 도움이 된다. 


■인문과 공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어요 

  부모님은 그에게 특별히 뭘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의사가 되라, 변호사가 되라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덕분에 학교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지적인 탐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적성이 무엇인지도 발견했다. 고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읽었다. 물리, 생물, 천문학 등 자연과학뿐 아니라 기술과 예술, 음악, 인문과학 전 분야에 걸쳐 약 1,5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평소 인문과 공학 분야에 모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문화인류학으로 전공을 결정한 후, 디지털 복원이라는 생소한 영역에 눈을 뜬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던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 컴퓨터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박 연구원은 성경에 적힌 방주의 규격과 터키의 고고학적 기록을 바탕으로 3D 디지털 설계도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50분의 1 크기의 축소모형을 만들었는데, 실험 결과 높은 파도와 빠른 조류에서도 안전성을 보였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이후 건축, 미술,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독학을 하고, 고고학과 기록보존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디지털 복원전문가’라는 새 길을 본격적으로 개척해나갔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직업을 선택할 거예요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박 연구원은 해외 문화유산을 복원할 때는 현지 학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나중에 자신이 떠나도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복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디지털 복원기술도 ‘한류(韓流)’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노래, 영화만 한류가 아닙니다. 이렇게 문화를 대하는 자세와 기술 역시 한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덕분에 고생은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았다. 얼마 전 특강 중에 인도네시아 학생에게 “보로부드르 사원을 복원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느꼈다는 박 연구원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직업을 선택할 겁니다”라고 확신 있게 말한다

박진호(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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