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감식전문가는 무슨 직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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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쯤 지폐를 펼쳐놓고 숨은그림찾기를 해본 적 있으시죠? 만 원권 지폐를 가만히 빛에 비춰보면 세종대왕 초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눈이 아른거릴 정도로 쳐다봐야 보일만큼 아주 작은 한국은행 마크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그림이 숨어 있고, 볼록 인쇄, 부분노출 은색선, 보는 각도에 따라 상이한 색을 나타내는 시변각 잉크(OVI:Optically Variable Ink) 등은 모두 하나하나 의미 있는 위조방지 장치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위조방지 장치에도 불구하고 위조되는 지폐가 있으니, 이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위폐감식전문가입니다. 


해마다 위조지폐가 증가하고 있고, 전문 위폐범들의 위폐 제작기술도 컴퓨터와 인쇄기술의 발달로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컬러복사에 그쳤던 기술이 오프셋인쇄, 최근에는 조폐공사 그대로의 요판인쇄(오목판인쇄)까지 가능해지면서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위폐로 인해 감식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위조지폐를 감식할까요? 먼저 진위감식기를 이용하여 화폐를 1차 감식한 후, 2차 감식으로 위폐감식전문가들이 화폐 한장 한장을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흔들어서 소리도 들어 보고, 불빛에 비춰보아 이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화폐발행국에서 배포한 화폐견본과 지폐를 육안으로 비교하거나 돋보기, 광학현미경 등으로 정밀하게 관찰하기도 합니다. 또한 종이의 재질, 촉감, 색상, 인쇄상태에서부터 화폐마다 숨어있는 고유의 비표를 확인하며, 발행 시기나 지역의 화폐특징 등을 고려하여 진위여부를 판단합니다. 위조지폐로 판별되면 은행, 수사기관 등 감식을 의뢰한 기관에 보고합니다. 


요즘은 고도의 기술로 진위감식기를 능가하는 위조지폐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위폐감식전문가들은 위변조된 화폐를 찾기 위해 장시간 수많은 지폐를 집중해서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무리가 갈 수도 있습니다. 

 

 위폐감식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국화폐 혹은 타국화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관에 입사해야 합니다. 국내의 위폐감식전문가는 현재 한국조폐공사, 은행, 위폐감별기 관련회사, 국가정보원 등에 소속되어 위폐 여부를 식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의 경우 연구직이나 화공, 금속 등의 기술직으로 채용되어 화폐 및 유가증권에 대한 감식업무를 합니다. 은행의 경우 일선 영업점의 전반적인 은행 업무를 두루 거친 후 상당 기간 동안 외국환 출납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노하우를 인정받아야 위폐감별 업무를 맡을 수 있으므로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위폐감별사들도 은행의 순환업무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다가 위폐감별에 매료되어 위폐감별사가 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위폐 감별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따로 없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국계 은행인 HSBC은행 등이 진행하는 교육과정은 있습니다. 특히 HSBC은행에서 주관하는 ‘위폐감별사 인증서’는 상당 수준의 지식과 연습, 기술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받은 자에게만 수여하므로, 외화위폐감별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의 과정으로 꼽힙니다.



위폐감식전문가는 화폐에 관심이 많아야 하며, 세밀한 촉감과 주의 깊은 관찰력,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반복적인 일로 인해 인내심과 성실함이 요구되며, 화폐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 또한 중요합니다. 현존하는 외국화폐의 종류가 상당히 많고, 화폐의 재질이나 디자인의 변화주기도 짧아지고 있어 화폐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국내에는 10여명의 위폐감식전문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위변조 방지요소는 공개되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자세한 요소들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화폐에 대한 보안사항을 취급하고 있어서 위폐감식전문가는 극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화폐를 주로 전문 감식하는 곳은 한국조폐공사의 위조방지센터이며, 외국화폐를 전문적으로 감식하는 곳은 주로 은행입니다. 특히, KEB하나은행(구 외환은행)은 뛰어난 화폐·유가증권 위변조 감별 능력으로 국내 은행권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타 금융기관에서는 위폐감식기에 의존하거나 해외 위탁업체를 통해 화폐를 감식합니다. 이 외에도 증권예탁결제원에서 수표, 어음 등 유가증권에 대한 감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가정보원 등에서 각종 사건과 관련하여 위조화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위폐감별사의 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지폐의 경우 이전까지는 1만 원권이 가장 가치가 높은 화폐였기 때문에 제작단가가 높은 초정밀 위폐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폐감별사의 역할은 앞으로 보다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견되는 위폐는 2013년 3,588장, 2014년 3,907장으로 증가추세였다가 2015년 3,031장으로 주춤하였고, 권종별로 보면 5만 원권이 2,040장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 공식적으로 보도되는 위폐 규모는 실제의 5%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5만 원권이 발행되면서 초정밀 위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화폐경제의 발전과 함께 향후에도 위폐감별인력의 역할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화폐위조감식업무의 경우 화폐에 대한 보안사항 노출 우려로 인해 큰 수요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외국화폐 위조감식은 외환을 다루는 각 은행에서 관련 전문가를 두어 감식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폐감식전문가를 위한 교육기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은행에 입사하여 도제식의 교육이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워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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