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제주 올레길을 다녀왔다. 시원한 바람, 길게 늘어선 돌담, 색색의 야생화들을 오감으로 느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이럴 때 예쁜 조랑말을 닮은 올레길 안내판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한번은 이 조랑말 안내판을 보면서 우리 인생에도 갈등과 고민 상황에서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주는 어떤 표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생각의 꼬리를 물면서 길을 걷다 보니, 어쩌면 ‘꿈’이 그 표시이자 나침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적성과 흥미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인기 대학 유망 학과라는 이유만으로 입학한 경우를 보게 된다. 다행히 모르고 들어왔는데 적성에 맞아 잘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고민하다가 재수를 하거나 방황하면서 마냥 시간만 흘려보내는 경우도 자주 본다.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미리 적성과 흥미, 진로를 고민해 보고 대학에 진학했더라면 어땠을까, 방향과 목표가 분명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은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게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최근 교육과정의 변화와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으로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어느 고교 교사의 말에 따르면, 진로진학상담교사에 의해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이 활성화되고, 이러한 과정들이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치면서 아이들이 앞으로 무얼 하고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는 아이들의 이러한 고민이 반갑다. 그리고 더 많은 고민과 경험을 해보라고 응원한다. 더불어 올레길의 조랑말 안내판처럼 길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전공탐색과 직업체험 기회를 확대하고자 ‘전공상담기부단’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학생에게 적합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진로진학상담과 대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 황대준 사무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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